[시즈카논] 접경 지역의 연인
W. 비피엠
명백한 것, 순수한 것, 진실한 것은 보호받아야 한다.
자명한 것은 진실이므로 끝까지 사수하라!
이 세계는 굳건히 존재하며, 세계의 법칙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시대는 격동.
외우주의 경계, 여러 종족이 모여 살아가는 치외법권 지역 「접경지」. 도시에 빼곡히 세워진 스크린에서는 연일 보안대의 방송이 흘러나오고, 거리에는 세련된 옷을 입은 도시인과 그렇지 못한 외지인이 공존하고 있다. 사람의 저택이거나, 짐승의 우리거나. 이곳에서 그런 문제는 그저 얇고 긴 골목 하나로 나뉘는 특권이다. 혹은 자유의 총칼 앞에서 새로 부여받을 수 있는 설정이거나…….
‘그(PC1)’는 스크린 위에 재현되는 도시인이다. 검지 손가락에는 천 개의 색으로 빛나는 반지를 끼고, 수백 대의 패널 안에서 만 개의 얼굴을 그리는 인간. 보안대의 품에서 안락해야 했을 그가 어느 날 골목의 선술집에 나타났다. 반지를 끼지 않은 채로.
‘나(PC2)’는 진흙바닥 위에 지어진 주거구역에서 잠을 청하는 외지인이다. 등을 구부리고 고개를 낮춘 채 목적지를 향해 흩어지는, 우리에서 태어난 인간.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동일한 하루였을 어느 날, 낯선 이가 대문을 두드렸다. 고요하고 무자비하게.